전기차 충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접경지역 확충의 전략적 중요성

hkpark9157 2025. 7. 22. 12:12

전기차 충전 사각지대가 된 접경지역, 정책의 시야 밖에 놓여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기차 등록대수는 이미 50만 대를 돌파했고, 2030년까지 45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충전 인프라 확충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빠르게 전개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그 혜택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는다. 특히 경기 북부 접경지역, 즉 파주·연천·철원·고성 등은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서 철저히 배제된 공간이다.

접경지역 전기차 충전소 확충의 전략적 중요성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차 보급 대수, 충전 수요, 경제성, 투자 회수 가능성 등 모든 판단 기준이 ‘수요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충전소 설치를 위해 예산을 배분할 때도, 충전기당 이용률, 전기차 등록 수, 평균 이용 회전율이 핵심 평가 지표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이미 인프라가 있는 지역에 인프라를 더 늘리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대로, 전기차가 없어서 충전소도 없고, 충전소가 없으니 전기차도 없다는 순환형 낙후 구조가 접경지역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파주시는 서울과 불과 30km 떨어진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소 보급률에서 경기 남부의 화성, 성남, 용인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연천군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일부 면 단위 지역에는 충전소가 단 한 기도 없으며, 주유소에 병설된 민간형 급속 충전기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차를 보유한 주민은 자가용 충전이 불가능한 경우, 20~30km 이상을 이동해 충전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운행이 실질적으로 제한된다.

이런 상황을 단순히 '수요 부족'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접경지역의 경우 중첩 규제, 군사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의 특수 사정으로 인해 산업이나 주거 밀도가 낮은 것은 이미 구조적 현실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필요한 정책은 수요 기반 정책이 아니라, 기회 기반 정책이어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정책 우선 순위를 상징하는 공공 인프라로 기능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접경지역의 구조적 한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접경지역에 부족하다는 사실은 단순히 통계 수치에서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그 부족이 지역의 전기차 이용 생태계를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연천·철원·파주 북부 지역은 인프라의 밀도 부족과 공간적 거리감이 겹치면서, 전기차 보유자 입장에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생활 제약으로 나타난다.

우선 파주시의 경우, 전체 충전소 수는 수도권 내에서 중하위권에 속한다. 충전기당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민간 충전사업자는 북부 지역 진출을 꺼려하며, 대부분의 충전소가 시청·도서관 등 공공시설에 몰려 있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대부분이 완속 충전기로, 긴급한 상황에서 즉시 충전이 필요한 이용자에게는 실효성이 낮다. 연천군은 더욱 열악하다. 군청, 주민센터, 도서관 등 일부 공공장소에 1~2기씩 설치된 완속 충전기 외에는 거점형 충전소가 전무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전기차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차량을 하루 이상 충전해 두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장거리 운행이나 관광 이동, 업무용 운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택배 차량, 군부대 내 물류 운반 차량, 농산물 운송 차량 등 지역에서 상시적으로 운행되는 비도심형 차량의 전기차 전환은 충전 인프라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관광 수요 차원에서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접경지역은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평화관광, DMZ 생태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 정책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충전소가 없다는 이유로 전기차 보유 여행객은 여행지를 변경하거나 충전소 주변으로만 동선을 짜는 일이 반복된다. 이로 인해 지역상권은 전기차 기반 체류 소비로부터 배제되고, 전기차가 보편화될수록 접경지역은 관광 경쟁력에서 밀려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

더 나아가, 충전 인프라의 부재는 지역 주민의 자산 이동성에도 영향을 준다. 수도권 주민은 전기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접경지역 주민은 단지 충전소가 없다는 이유로 비슷한 예산을 들여도 전기차를 활용하지 못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의 권리가 지역별로 차등 제공되는 문제로, 실질적인 에너지 복지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접경지역에 전략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정책적 이유

접경지역에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우선 확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편의성 차원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국가 균형 발전, 안보 친환경화, 재난 대응력 강화, 지역 정주 여건 개선 등 다양한 정책 목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정책적 관점에서, 접경지역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있어 ‘선택’이 아닌 ‘우선’이 되어야 한다.

 

1) 전기차 충전 기반의 국가 균형 발전 실현

접경지역은 행정적으로는 수도권에 포함되지만, 실제 생활 수준이나 기반시설은 지방 수준이다. 이중적인 공간적 위치는 정책 사각지대를 형성하며, 실제로 충전소 확충에서도 지속적인 소외를 받아왔다. 충전 인프라를 집중 공급하는 것은 이 지역의 기술적 낙후를 보정하는 동시에, 국가가 접경지역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상징적 메시지로도 기능할 수 있다.

 

2) 군부대 내 전기차 전환과 충전 연계 모델 가능

접경지역은 군부대 밀집 지역이다. 최근 군용 전기차량 시범 도입, 기지 내 탄소중립 기획안 등이 추진되면서, 부대 외부의 공공충전소를 병행 활용하는 군-민 통합형 충전 인프라 모델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군 차량·장병 개인 차량·지역 주민 차량이 동일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과 예산 절감이 가능해진다.

 

3) 재난 대응 거점으로서의 다기능 충전소 필요

전기차 충전소는 단순히 전기를 공급하는 시설이 아니다. 태양광 연계형 충전소, ESS 설치형 충전소는 정전·홍수·통신두절 등 복합재난 상황에서 임시 전력 공급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접경지역은 재난 대응 인프라가 취약한 만큼, 충전소 설치가 곧 안전 인프라 확충으로 연결된다.

 

4) DMZ 관광과 연계한 체류형 인프라

DMZ를 중심으로 한 평화관광 정책은 향후 전기차 보급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 관광지 내 충전소 설치는 체류시간을 늘리고, 관광객이 지역에서 식사·쇼핑·휴식 등을 하게 만드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의 전제 조건이 된다. 접경지역을 관광 중심지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차 사용자 친화적인 인프라가 필수다.

 

5) 저밀도 지역의 전기차 전환 시범 모델

전기차 정책은 대부분 고밀도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지만, 농촌형·산간형 전환 모델은 아직 실험이 부족하다. 접경지역은 도심과 농촌이 혼재된 대표적 중간지대다. 이곳에 충전소를 집중 공급하고, 공공·택배·농업용 차량의 전기차화를 추진한다면, 향후 저밀도 지역 확산 전략의 실증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 확충은 접경지역을 정책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기회다

지금까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효율성, 수요, 시장성이라는 기준으로 설계되고 집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접경지역처럼 수요가 형성되지 못한 지역은 계속해서 정책적 뒷순위로 밀리게 되었고, 이는 전기차 보급의 공정성, 지역 발전의 형평성, 탄소중립 실현의 지속 가능성에 모두 악영향을 미쳤다.

이제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접경지역은 정책 우선 순위에서 제외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고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다. 충전소 인프라 확충은 이 지역을 ‘에너지 전환의 중심’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는 기회이며, 군사적 한계에서 벗어나 기술적 기회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들 지역을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략투자 지역’으로 지정하고,

  • 군부대와 연계한 공공충전소 우선 설치,
  • 지역 재난 대응 연계형 ESS 충전소 시범 도입,
  • 지역상권과 연결된 충전소-상점 패키지 설치,
  • 전기차 관광 전용 경로 구축

등의 정책을 단계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한 지역의 삶의 질을 바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국가가 정책의 시선을 어디에 두는가에 달려 있다. 접경지역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가장자리가 아니다. 지금 이곳에 충전 인프라를 심는 일은 단지 기술을 설치하는 일이 아니라, 정책의 중심축을 바꾸는 전략적 행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