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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로컬 지자체 예산 집행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 전면 분석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단순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오늘날 도시 행정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대한민국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기차 보급률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는 소음과 배출가스가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도시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대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전기차의 실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량 자체보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어야 하며, 그 품질과 접근성이 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로컬 지자체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문제점

이처럼 인프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로컬 지자체는 전기차 충전소의 설치, 운영, 유지보수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정책 수립부터 예산 집행, 사후관리까지 여러 측면에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은 기술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하지만, 현실은 기술만 앞서고 정책은 뒤처지고 있다.

본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보다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 중에서도 로컬 지자체의 예산 집행 방식의 문제점에 집중한다. 설치 수치만을 강조하는 전시 행정, 비효율적인 입지 선정, 미비한 사후 관리 체계, 비전문적이고 단절된 정책 집행 구조 등 4가지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분석하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전기차의 미래는 결국 인프라의 품질에 달려 있으며, 인프라의 품질은 곧 지자체의 정책 품격을 반영한다.

 

 

전기차 충전 예산, 단기성과에 갇힌 '보여주기' 행정의 실체

지방자치단체는 매년 자체 예산을 편성하면서 전기차 충전소 설치 예산을 포함시킨다. 문제는 그 예산 편성의 기준이 시민의 실제 충전 수요나 지역별 전기차 보급률을 반영하기보다는, 정무적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수치 목표에 맞춰 운영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도시는 2024년 ‘전기차 충전소 150기 설치’라는 구호를 앞세워 정책을 시행했지만, 설치된 충전소의 30% 이상이 6개월 내 고장이나 낮은 이용률로 폐쇄 위기를 맞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산 집행의 기준이 '필요'가 아니라 '보여주기'였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 지자체는 예산을 연 단위로만 책정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전소 설치 위치의 전략성이나 유지보수 계획을 함께 고려하지 못한다. 설치는 한 해에 몰아서 끝내고, 이후 예산 편성이 어려워 사후 관리는 방치되는 것이다. 이는 ‘처음에는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행정의 단면이다.

이러한 일회성 예산 집행은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정책은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특히 예산 집행 이후 성과 평가 시스템이 부재한 점은 구조적인 문제를 심화시킨다. 예산을 투입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측정하고, 다음 회계연도에 반영해야 하지만, 그런 프로세스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예산 집행의 논리가 "실제로 얼마나 쓰였느냐"보다 "몇 개를 만들었느냐"로 왜곡되면서, 실용성보다 수량 중심의 행정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설치 수치’가 아닌 ‘시민 만족도’와 ‘운영 효율성’을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입지 선정, 시민 중심이 아닌 정치 논리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실

전기차 충전소의 설치 위치는 단순한 부지 확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당 지역의 교통 흐름, 거주 밀집도, 업무 단지 분포, 관광객 유동 인구, 전력 인프라와의 연결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전략이다. 그러나 현실의 다수 로컬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전무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입지 선정이 왜곡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개입 때문이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요구, 민원을 받은 시의원의 압력, 또는 민간 사업자와의 사적 커넥션 등 비합리적인 요소가 입지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실효성 없는 입지에 충전소가 설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실제 충전 수요가 적은 지방공단 근처에 충전소가 설치된 사례가 있었는데, 해당 부지는 시의원 소유 건물 인근이었고, 이후 시민들은 접근하기 어려워 이용률이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도시 외곽의 유휴 부지를 이용한 충전소 설치도 문제다. 외곽지역은 땅값이 저렴하고 민원이 적기 때문에 설치가 쉬운 반면, 실제로 전기차 이용자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밤늦게 충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는 행정 편의 중심의 입지 선정이 얼마나 시민의 실질적 이용 패턴과 동떨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입지 선정의 전문성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충전소 설치에는 전기공사, 전력 수급, 소방 안전 기준 등 복잡한 기술적 요소가 동반되는데, 이를 단순한 ‘설치 행정’으로만 인식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문제의 본질이다. 실제로, 전력 인입이 불가능한 장소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가 수개월 동안 작동하지 못한 사례는 여러 지자체에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시민의 신뢰 상실과 예산 낭비라는 이중의 손실로 이어진다. 입지 선정이 공정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형식적인 행정의 상징’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사후 관리 체계의 부재, 시민 불편의 고착화

전기차 충전소는 설치 그 자체로는 완결된 인프라가 아니다. 그것은 정기적으로 유지·보수되고, 실시간으로 상태가 점검되며, 시민의 민원에 즉각 대응 가능한 시스템 안에서만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로컬 지자체는 ‘설치 이후’에 대해 거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설치 초기의 열정과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충전소는 방치되거나 고장 난 채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사례를 들자면, B지자체는 2023년 중반에 총 120기의 충전소를 설치했지만, 2024년 초 기준으로 이 중 28기가 ‘장기 고장 상태’로 방치된 상태였다. 시민들은 이 충전기를 이용하려다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고, 해당 지자체의 민원 게시판에는 "충전소를 찾기 어렵다", "앱에 나오는 충전소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폭증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담당 부서 인력이 부족하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 해결을 미뤘다.

또한, 유지보수의 민간 위탁 방식도 문제다. 많은 지자체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유지보수를 외부 업체에 위탁하지만, 위탁 업체의 선정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어 실제 기술력이나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충전기 수리나 소프트웨어 오류 대응이 지연되거나 부실하게 이뤄진다.

사후 관리 체계가 부실하면 충전소는 오히려 전기차 이용자에게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충전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 전기차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이는 다시 전기차 구매 기피로 이어지며, 친환경 정책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게 된다.

지자체는 반드시 충전소 설치 시점부터 사후 관리 계획을 세워야 하며, 유지보수 전담 부서, 예산 항목의 명확한 분리, 시민 신고 시스템과 실시간 대응 체계를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위한 정책적 대안과 방향성

지금까지 분석한 문제점들은 개별적인 실수의 연속이 아니라,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결과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침 변경이나 일회성 점검이 아닌, 전면적인 정책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수요 기반 데이터 중심의 정책 설계다. 각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등록 대수, 운행 경로, 충전 수요 밀집도, 지역별 전력망 수용 가능 용량 등을 데이터화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산과 설치 위치를 정해야 한다. 즉, ‘감’이 아닌 ‘근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둘째로는 전문가 참여 시스템의 제도화다. 충전 인프라는 기술 행정의 영역이며, 그만큼 전기·통신·IT 등 다분야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이다. 지자체는 충전소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모든 설치 프로젝트에 이 위원회의 평가를 거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사후 관리 예산의 의무화 및 표준 매뉴얼 제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 유지보수에 대한 별도 예산 없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반드시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매년 유지보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평가받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민관 협력 체계의 구조화다. 충전 인프라는 공공의 영역이지만, 민간의 기술과 운영 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더 높은 품질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지자체는 단순한 외주 계약이 아닌, 공동 책임과 운영을 전제로 한 협력형 운영 모델을 설계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결론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단순한 편의 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인프라다. 로컬 지자체는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여주기식 예산 집행, 비전문적 입지 선정, 부실한 유지보수 체계라는 구조적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이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실효성 있는 행정 구조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