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기차 충전

전기차 충전 정책, 지자체-한전 협력 효과 분석

전기차 보급 확대는 이제 국가 단위의 기후 정책을 넘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전략 과제로 자리 잡았다.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은 교통 부문의 전기화(電氣化)를 주요 축으로 삼고 있으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그 전환을 현실화하는 물리적 기반이다.
지자체는 지역 내 전기차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충전소 인프라를 우선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전국 수많은 기초 및 광역지자체가 충전소 설치를 행정계획에 포함시키고 있다.

전기차 충전의 지자체-한전 협력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파트너로 떠오른 기관이 바로 한국전력공사(한전)이다. 한전은 전국 전력망을 보유한 유일한 전력 공급 주체이며, 충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전력 설계, 기술, 시공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지자체와 한전이 협력해 전기차 충전소를 공동 설치하는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이 협력은 행정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이상적인 형태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다양한 제도적·구조적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단순한 하드웨어 구축이 아니다. 이는 사용자의 이동 패턴, 지역 전력 수급 상황, 교통 및 환경 정책과 복합적으로 연계되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복합 시스템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지자체와 한전이 구축하고 있는 협력 모델의 구체적 구조를 소개하고, 이 모델이 실제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분석하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한계점과 개선 과제까지 심층적으로 다뤄본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기차 충전, 지자체-한전 협력 모델의 구조와 정책 추진 배경: 전력망과 행정권의 결합

지방정부가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추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적 전문성과 예산 확보다. 반면 한전은 전국적으로 통합된 전력망과 기술 인력을 갖추고 있어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하드웨어 조건은 이미 완비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자체는 한전과의 협력을 통해 설치 비용을 절감하고, 행정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며, 효율적인 충전소 설치를 시도하고 있다.

한전과 지자체가 맺는 협약은 대부분 3단계 협력 구조를 따르고 있다.

  1. 기본형 모델: 지자체가 부지와 행정 인허가를 제공하고, 한전은 설비와 시공을 담당한다.
  2. 비용 분담형 모델: 지자체와 한전이 설치 예산을 일정 비율로 분담한다.
  3. 수익 공유형 모델: 충전소 운영 수익을 일정 비율로 양 기관이 공유하며, 운영 책임도 공동 부담한다.

이러한 협력 구조는 도시와 농촌을 불문하고 전국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동구는 한전과의 협약을 통해 공공기관 주변에 20기의 충전기를 설치했으며, 충북 제천시는 시청과 도서관, 체육시설 인근에 공동 구축한 충전소를 통해 주민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한전은 ‘EV-Line’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전국 단위 충전기 모델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국 170여 개 운영 센터를 통해 유지보수 체계도 일부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각 지자체의 행정 역량과 정책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협력의 질은 지역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일부 지자체는 한전과의 협약 자체를 체결하지 못하거나, 협약 체결 후에도 기술적 지식 부족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협력 과정에서 명확한 표준 협약 양식이 부재하여, 각 지역 실무자가 자체적으로 조율을 해야 하는 부담도 상당하다.

따라서 협력 모델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지침서, 예산 연계 프로그램, 중앙-지방-공기업 간 연계 협의체 등 정책적 기반이 필요하다. 현재는 각 지역이 개별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이 떨어지는 구조이다.

 

 

실효성 분석: 전기차 충전소는 실제로 얼마나 ‘사용 가능한가’?

전기차 충전소의 실효성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요소는 단순한 ‘존재 유무’가 아니다. 충전소가 설치되었더라도 충전이 가능해야 하고, 이용하기 쉬워야 하며, 충전 품질이 안정적이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충전 인프라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서울, 경기, 부산 등 대도시에서도 공공 충전소의 평균 이용률은 40% 미만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양하다. 충전소가 공공기관 내부에 위치해 일반 시민의 접근이 제한되거나, 야간에는 폐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충전소의 대부분이 완속 충전기(3~7kW) 위주로 설치되어 있어, 급속 충전을 원하는 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충전소의 위치와 유형도 실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성남시는 한전과 협력하여 대형마트 부지 내에 급속 충전기를 설치해 일일 평균 100회 이상의 충전 이용을 기록했다. 반면, 전남 고흥군은 읍사무소 주차장에 설치한 충전기가 평균 일주일에 3회도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충전소 입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효율적인 입지 선정은 전기차 등록 데이터, 차량 이동 경로, 주차 공간 확보 가능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는 여전히 담당자의 직관이나 제한된 민원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충전소의 고장률도 실효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전이 설치한 충전기 가운데 연평균 고장 신고율은 약 7~10% 수준인데, 문제는 고장 접수 후 복구까지의 시간이 평균 24~48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는 이용자 불편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신뢰도 저하로 이어져 재사용을 꺼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충전소는 설치만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
충전소의 위치, 접근성, 충전 속도, 관리 체계, 그리고 정보 접근성까지 종합적으로 작동해야만 진정한 ‘실효성’을 갖는 것이다.

 

 

협력 모델의 구조적 한계와 정책 개선 과제

지자체-한전 협력 모델은 분명 실행력이 높은 구조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선 첫 번째 한계는 운영 주체의 모호성이다. 충전소가 고장 났을 때 누구에게 신고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지자체는 한전에 책임을 떠넘기고, 한전은 부지 관리권한이 없다며 지자체로 다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고장 신고 이후 복구까지 며칠이 소요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두 번째는 수익 구조의 불명확성이다. 충전 요금 수익이 어느 기관으로 귀속되는지, 해당 수익이 유지보수 예산으로 환원되는지에 대한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다. 수익과 비용의 흐름이 불투명하면, 지속가능한 충전 인프라 운영이 불가능하다.

세 번째는 민간 부문 참여 유인의 부족이다. 공공기관이 설치한 충전소는 대부분 단일 요금제, 단일 브랜드, 제한된 시간 운영 구조를 갖고 있어 민간 서비스와 비교해 경쟁력이 낮다. 이로 인해 민간 사업자가 지역 충전 인프라에 뛰어들 유인이 부족하며, 전체적인 생태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다음과 같다:

  • 충전소 운영 책임 주체를 명확히 규정한 공동협약서의 표준화
  • 충전소 운영 수익을 유지보수에 자동 귀속시키는 재정 구조 설계
  • 민간 참여를 위한 충전소 공동 운영 및 수익 분배 구조 마련
  • 충전소 설치 위치 선정 시 데이터 기반 시스템 도입(예: GIS, AI 분석)

또한, 법률적 기반도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관련 법령이 환경부와 국토부에 나뉘어 있어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 통합 법률 또는 국가 단위 통합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지자체의 행정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미래 전략: 사용자 중심의 데이터 기반 통합 플랫폼 구축

이제 전기차 충전 정책은 단순히 ‘설치’에서 ‘운영과 생태계 조성’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다. 이 플랫폼은 행정, 기술, 민간, 사용자가 연결되어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충전 인프라 거버넌스 체계다.

이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 지자체는 플랫폼의 거버넌스를 담당하고, 정책 및 설치 인허가를 조정한다.
  • 한전은 기술적 설계와 전력망 연동을 맡는다.
  • 민간 기업은 운영 효율화와 사용자 중심 서비스(앱, 예약, 결제 등)를 담당한다.
  • 일반 사용자는 실시간 피드백과 고장 신고, 위치 평가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충전소의 위치, 대기 시간, 충전 속도, 이용 가능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AI 기반 수요 분석을 통해 신규 충전소 위치 선정에도 활용된다. 또한, 충전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여 사전 고장을 예측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 유지관리 체계도 가능해진다.

궁극적으로, 전기차 충전소 정책은 다중 주체의 실시간 협력과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을 통해 진화해야 한다. 지자체와 한전의 협력은 그 출발점이며, 앞으로는 민간과 사용자가 중심이 되는 생태계로의 확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