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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전기차 충전 인프라, 민간 충전사업자와 지자체 위탁운영 갈등 구조 분석

전기차 보급 확대는 이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축이 되었다.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와 탄소중립 국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과 함께 충전 인프라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민간과 지자체의 협력 기반 충전소를 늘리고 있다.

전기차 충전의 민간 사업자와 지자체 위탁 운영 갈등

하지만 설치 자체는 정책의 출발점일 뿐이다. 실제로 더 복잡한 과제는 설치 이후 등장한다. 바로 충전소의 지속적인 운영과 관리, 그리고 ‘누가 그것을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갈등이다.
현재 전국 각지에서는 지자체와 민간 충전사업자 간에 위탁운영을 둘러싼 마찰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충전소 운영권, 요금 설정, 수익 귀속, 유지관리 책임, 고장 대응 등을 놓고 양측은 법적, 제도적, 현실적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는 수익성과 자율성을 주장하며 일정 수준의 운영 자유를 요구하고, 지자체는 공공성을 이유로 통제권과 책임 회피 구조를 지양하려 한다. 이 충돌은 결국 사용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충전소 고장 방치, 요금 혼선, 행정 지연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구조적 갈등을 제도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각 주체의 입장을 균형 있게 조명하며, 나아가 전기차 충전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전기차 충전의 위탁운영 모델 구조와 갈등이 발생하는 행정적 배경

지자체와 민간 충전사업자가 함께 충전소를 운영하는 방식은 주로 ‘위탁운영’ 구조로 설계된다. 이 모델은 설치비용과 부지 확보는 지자체가 담당하고, 운영과 유지보수, 수익 창출 등은 민간사업자가 맡는 협력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공공성과 효율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역할 구분과 권한 분배의 모호함 때문에 지속적인 충돌이 발생한다.

우선 법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전기차 충전소 설치와 관련된 명확한 법률 규정은 아직까지 부족하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충전소 설치 의무에 대해서는 명시하고 있으나, 운영 주체와 권한, 수익 분배, 위탁 방식에 대한 기준은 포함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자체와 사업자 간 계약은 대부분 ‘행정 협약서’나 ‘위수탁 계약서’에 의존하는데, 그 내용은 지자체마다 상이하고 법적 강제력도 약한 편이다.

예를 들어, 한 지자체에서는 충전요금을 공공요금 수준으로 고정하길 원하고, 다른 지자체는 민간의 자율적 요금 설정을 허용한다. 운영시간, 수익 분배 방식, 부지 사용료 책정 여부 등도 지자체별로 제각각이다. 이러한 행정적 분산은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일관성 없는 시장환경으로 받아들여지며, 전국 단위 사업자들은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적용받는 데 따른 행정 불확실성을 겪게 된다.

특히 위탁 운영 충전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분쟁은 다음과 같다.

  1. 요금 설정 갈등: 민간사업자는 전기료, 유지비 등을 반영해 가격을 책정하려 하지만, 지자체는 시민 부담을 이유로 저가 요금을 요구한다.
  2. 부지 사용료와 수익 분배: 공공부지를 사용하는 경우 지자체는 일정한 임대료 또는 수익 일부를 요구하지만, 사업자는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하므로 부담을 느낀다.
  3. 운영 권한 분쟁: 일부 지자체는 운영 방식(예약제, 시간제 제한 등)까지 통제하려 하고, 민간은 이를 경영 간섭으로 본다.
  4. 책임 소재 불명확: 고장 시 수리 비용, 민원 대응 주체 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으면 사후 책임 공방이 발생하고, 결국 사용자 불편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반복적인 갈등은 결국 사용자에게 ‘불안정한 서비스’로 귀결되며, 전기차 충전소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충전사업자의 수익구조와 운영 자율성 요구

민간 충전사업자는 단순한 공급업체가 아니라, 충전소 전체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주체다. 이들은 장비 설치는 물론, 유지보수, 전력 계약, 결제 시스템 운영, 고객 응대, 서비스 앱 개발 등 전방위적 업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민간사업자의 역할이 커질수록, 수익성 확보와 운영 자율성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은 다음과 같은 고정비용 구조를 갖는다.

  1. 전기료 부담: 충전소는 고출력 전력을 사용하는 시설이다. 특히 급속충전기의 경우 일반 상용 전기보다 2~3배 높은 피크요금이 적용되며, 에너지 요금 인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2. 장비 유지관리 비용: 충전기는 평균 3년마다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며, 고장 발생 시 전문기술자가 출동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출장비용도 상당하다.
  3. 결제 및 통합 시스템 운영비: 사용자는 앱으로 충전소를 찾고 결제하며, 실시간 상태를 확인한다. 이를 위해 민간사업자는 서버 유지, 보안 시스템 강화, 결제 수수료 등을 계속 부담해야 한다.
  4. 고객센터 및 응대 인력 운영: 24시간 충전소를 유지하기 위해 전국 단위 고객센터를 상시 운영해야 하며, 이는 고정 인건비로 직결된다.

이런 구조에서 요금 설정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민간 충전사업자는 적자를 감수하거나 사업 철수를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일부 중소 충전사업자는 지자체의 과도한 요금 규제로 인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운영을 중단하거나 위탁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 충전사업자가 요구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요금 자율성 확보: 정부 가이드라인은 존재하되, 지역 여건과 전기요금, 충전기 종류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 장기계약 제도 도입: 초기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을 고려할 때, 최소 5년 이상의 위탁 계약이 보장되어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 표준화된 계약 및 행정 절차: 전국 지자체마다 다른 협약 조건은 사업자의 확장성을 제한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나 통합 지침이 필요하다.
  •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 충전사업자는 공공 인프라에 기여하는 파트너로 인정받아야 하며, 수익 창출 자체가 문제시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민간사업자는 효율성과 수익성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며, 이를 보장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위탁운영의 지속가능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행정책임과 공공성 우선 논리

지자체는 충전소가 공공시설이며, 지역 내 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프라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행정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전기차 충전은 대중교통, 복지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공공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가치가 강조된다.

지자체가 충전소 운영에 개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시민 불만 예방: 요금 인상, 예약 불가, 고장 방치 등 민원 발생 시, 민원은 사업자가 아닌 지자체로 접수된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일정 수준의 관리 권한을 유지하려 한다.
  • 정치적 책임 부담: 지역 내 전기차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시장과 군수, 구청장은 충전소 확대 및 서비스 품질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운영 실패는 정치적 부담으로 전가된다.
  • 지역 브랜드 보호: 일부 사업자가 충전소 외관에 자사 브랜드를 과도하게 노출하면서, 지자체의 ‘공공 인프라’로서의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우려가 있다.
  • 비용 분담 요구: 공공부지를 무상 제공한 대가로 수익 일부를 공유하거나, 사회적 책무(예: 무상 급속 충전 이벤트, 이용자 교육 등)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자체는 충전소 운영을 전문적으로 이해하는 인력이 부족하다. 환경, 도시계획, 교통, 에너지 분야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에도 이를 통합 관리할 조직 체계가 없는 경우가 많고, 실무 공무원 1~2명이 수십 개 충전소를 관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는 운영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통제권만 행사하려 하고, 이는 민간과의 신뢰를 훼손하며 운영 갈등을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도적 대안과 정책 설계 방향

갈등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대안이 요구된다.

  1. 중앙정부 주도의 표준 위탁계약서 제정
    환경부 또는 산업부가 주도하여 ‘전기차 충전소 위탁운영 표준계약서’를 마련해야 한다. 이 계약서는 수익 분배, 요금 설정 권한, 계약 기간, 운영 책임, 평가 방식 등 핵심 항목을 포함해야 하며, 지자체는 이를 준용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성과 기반 계약 갱신 시스템 도입
    위탁사업자의 운영 성과를 가동률, 민원 대응률, 고장 복구 속도 등으로 수치화해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계약 자동 연장이 가능하도록 하여 사업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3. 민관 공동운영위원회 설립
    지자체별로 충전소 운영 관련 민간사업자, 시민단체, 기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방침, 요금 조정, 신규 설치 위치 등을 논의하는 거버넌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4. 법제화된 운영 기준 마련
    현재 위탁운영은 조례나 계약서에 의존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운영에 대한 국가 단위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일관된 기준과 책임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
  5. 지자체 인력 전문화 및 교육 강화
    충전소 운영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실무 교육, 기술 워크숍, 법률 자문 체계를 마련해 행정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전기차 충전소의 설치에서 운영으로의 전환기는 단순한 관리 방식 변화가 아니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