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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부산광역시의 전기차 충전소 확충 정책의 효과와 한계

부산광역시는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해양 산업과 관광, 물류의 중심지다. 이 도시가 친환경 교통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항만 중심 산업 구조로 인해 도심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둘째, 도로 밀집 구조와 인구 밀도 대비 차량 보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2025년 현재 부산시는 ‘2050 탄소중립 도시 실현’을 목표로 대중교통 친환경화, 전기차 보급 확대, 충전 인프라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

특히 부산은 전기차 보급 속도가 매우 빠른 도시 중 하나다. 2020년 기준 1만 5천 대였던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25년 1분기 기준 12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불과 5년 만에 약 8배 가까운 증가를 의미하며, 향후 2030년까지 부산시 전체 차량의 30% 이상이 전기차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처럼 전기차가 보편화되는 가운데, 그에 상응하는 충전 인프라의 확충은 시급한 과제다.
부산시는 이에 발맞춰 급속 충전기, 완속 충전기, 민관협력형 충전소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넓혀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충전소의 위치 편중, 고장률, 야간 이용 불편, 접근성 문제, 주민 민원 등 다양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부산광역시의 전기차 충전소 확충 정책의 추진 배경, 실제 설치 성과, 시민의 체감 불편 사례, 정책 운영의 제도적 문제점, 그리고 향후 개선 방향까지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겠다.

 

 

부산시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 – 수치는 성장했지만, 지역별 불균형은 여전하다

부산시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전체 전기차 충전기 수가 약 26,800기에 이르렀다. 이 중 약 8,000기가 급속 충전기이고, 18,800기가 완속 충전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2020년 당시 4,200기 수준이었던 충전기 수에서 6배 이상 확대된 수치이며, 부산시는 충전 인프라 확대를 정책 우선순위로 추진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설치 위치는 크게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 공공기관 및 시립시설 (약 35%)
  • 공영주차장 및 환승센터 (약 22%)
  • 민간 상업시설 (마트, 영화관 등) (약 21%)
  • 공동주택 (약 12%)
  • 기타 (학교, 병원, 문화시설 등)

부산시는 특히 공공주도형 인프라 구축을 강조하며, 시 산하 공공기관 주차장에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한 부산환경공단을 중심으로 한전, 민간 충전기 사업자와 협력해 복합형 충전소 설치 사업도 병행 추진 중이다. 하지만 충전기 수의 외형적 확대와는 달리, 실제 시민 체감 이용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충전기 분포의 지역 편중 현상 때문이다.

📌 예시로 보면:

  • 해운대구, 수영구, 남구 등은 고급 주거지와 상업시설이 밀집해 있어 충전기 수가 많은 편이며,
  • 반대로 중구, 서구, 사하구, 사상구 등은 충전소 밀도도 낮고, 고장률도 높아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

실제로 사상구 주민 A씨는 “전기차를 샀지만, 집 근처에 충전소가 없어 매번 3km 이상 이동해야 한다”며 ‘보급 속도보다 생활권 내 충전 인프라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아파트 내 충전기 보급률이 낮은 것도 문제다. 부산시에는 구축 아파트 비율이 60% 이상으로 매우 높은데, 충전기 설치를 위해서는 입주자 동의, 배선 공사, 전력 증설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는 전용 보조금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행률은 여전히 30% 미만이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전기차 충전소 이용의 한계 – 불편한 진실

부산 시민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실제로 이용하면서 체감하는 불편은 생각보다 깊고 구체적이다. 2024년 하반기 부산시에서 진행한 자체 만족도 조사(응답자: 전기차 소유자 1,200명)에 따르면,

  • “충전기 위치가 내 생활권과 맞지 않는다”: 68.5%
  • “고장이나 오류로 충전하지 못한 적이 있다”: 53.7%
  • “대기 시간이 길거나 예약이 불가했다”: 41.9%
  • “야간 충전이 불편하다”: 48.3%
  • “이용 요금이나 충전 속도에 불만이 있다”: 33.2%

이처럼 충전소 수는 늘었지만, 품질·접근성·운영 시스템은 여전히 시민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야간 이용 불편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다. 부산시는 대부분 충전소를 공공기관이나 상업시설 내 주차장에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운영 시간 이후에는 주차장 자체가 폐쇄되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야간 충전 수요가 많은 택시 기사, 택배기사, 야근 직장인 등은 급속 충전소를 찾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충전기 고장률이다. 충전기 고장은 대부분 ‘충전이 시작되지 않음’, ‘커넥터 연결 불량’, ‘인증 오류’, ‘이상 온도 감지’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부분의 충전소에는 현장 관리자나 수리 인력이 없고, 고장 접수 후 최소 3일 이상 방치되는 사례도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시민은 전기차를 다시 내연기관 차량으로 바꾸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즉, 충전 인프라의 접근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 자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기차 충전 정책 운영과 민간 연계의 제도적 한계

부산시는 충전 인프라 구축에 있어 ‘공공 주도 + 민간 협력’ 모델을 기본 틀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을 살펴보면, 민간 충전기 설치와 운영에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 민간 충전사업자가 충전소를 설치하려면 부지 확보, 전력 인프라, 공사 허가, 유지비 등 초기 진입 장벽이 높다. 부산시는 이에 대해 일정한 보조금을 지급하지만, 보조금 집행 속도가 늦고 행정 절차가 복잡하다는 문제가 지적된다.

둘째, 공공-민간 간 통합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 현재 부산시의 공공 충전소, 한전 충전소, 민간 충전소는 각기 다른 앱, 요금 체계, 예약 방식, 정보 표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민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모든 충전소를 확인하거나 예약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이는 충전 이용 혼란을 초래한다.

셋째, 충전기 운영 기준의 통일성 부족도 문제다. 고장률, 수리 기간, 운영 시간, 사용자 응대 기준 등이 사업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민은 충전소마다 ‘서비스 복불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데이터 기반의 설치 전략 부재도 한계로 꼽힌다. 실제 이용률, 전기차 밀집도, 생활권별 수요를 반영한 설치 전략이 아니라, ‘설치 가능한 곳부터 설치한다’는 순서 중심 정책이 우선되다 보니, 공간은 있으나 수요는 없는 곳에 충전소가 몰리게 되고, 이로 인해 ‘유령 충전소’도 다수 존재하게 된다.

 

 

전기차 충전 향후 개선 방향 – 시민 중심의 스마트 충전 정책이 필요하다

부산이 진정한 전기차 친화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조적 개혁과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1)생활 기반 충전 인프라 전환

단순히 설치 가능한 곳에 충전기를 놓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머무는 곳에 충전기를 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편의점, 소규모 공영주차장, 마을회관, 학교 근처, 골목형 주차장 등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충전소 보급이 필요하다.

(2) 야간 충전 인프라 보완

야간 이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 24시간 운영 충전소 확대
  • 자동 입출차 가능한 무인 충전소 설계
  • 야간 전용 전기택시 충전 허브 조성 등이 필요하다.

(3) 통합 플랫폼 구축

부산시, 민간, 공공, 한전, 환경부 충전소 정보를 하나로 모은 통합 충전정보 앱 개발이 필요하다. 실시간 고장 상태, 예약 여부, 충전 속도, 예상 대기 시간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4) 성능 기반 충전소 평가와 관리

충전기의 ‘가동률’, ‘고장률’, ‘대기 시간’, ‘사용자 만족도’ 등을 지표화해 우수 운영 사업자에 인센티브 제공하고, 기준 미달 사업자에 대해서는 개선 요구 또는 사업권 회수를 검토해야 한다.

(5) 시민 참여형 설치 위치 선정

충전소 설치 위치를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시민 투표, 지역 민원 데이터, 실시간 이용 패턴을 분석해 주민이 원하는 위치에 설치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결론 요약

부산광역시는 전기차 보급과 함께 충전 인프라 확충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지역별 편중, 사용자의 체감 불편, 민간 연계의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실제 정책 실효성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이제는 충전기 수치 경쟁이 아닌, 접근성, 품질, 데이터 기반 효율성, 시민 수용성 중심으로 충전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부산이 진정한 전기차 도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충전기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충전이 쉬운 도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