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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충전

전기차 충전소, 제주도 지자체 전략과 지속 가능성 분석

제주도는 대한민국에서 전기차 충전소 보급과 정책 선도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지역이다. 그 배경에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Carbon Free Island 2030’, 즉 탄소 없는 섬 만들기 전략이 핵심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이 아니라, 제주도의 교통, 에너지, 관광, 산업 전반에 걸쳐 전기 기반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대규모 종합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2010년대 초반 정부가 구좌읍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조성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당시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높이고, 내연기관 차량이 배출하는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실험의 장으로 지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와의 협력 속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한 선도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소

제주도는 특히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충전기 설치 지원, 지방세 감면, 전기차 전용 주차장 확대 등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인 유인 정책을 펼쳤고, 민간 충전사업자 유치에도 과감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공기관에는 전기차 도입과 동시에 급속충전기 설치를 의무화했으며, 숙박업소와 관광지에도 충전소 설치를 유도해 도민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전기차 이용 편의성까지 고려한 전략을 수립했다. 지리적 특성도 정책 추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공간적 한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짧은 이동 거리,
폐쇄형 도로망 구조, 화석연료 의존 비용 증가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의 유지비가 높은 반면, 전기차는 유지비가 훨씬 낮고 인프라 효율성이 높게 작용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전기차 보급의 효용성을 높이며, 행정적으로 집중 투자할 동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제주도는 전기차 등록 대수 약 42,000대를 기록하며 전국 전기차 등록 대비 비율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제주 전체 차량의 약 21%로, 대한민국 평균의 3배 수준이다. 단일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이 정도의 보급률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정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양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질적 운영, 지속성, 수용성 확보, 민간참여 지속성
다양한 과제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는 지금 정책 2단계 전환기의 출발선에 서 있는 상태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성과와 지역 분포 현황의 현실적 불균형

제주도는 전기차 충전소 설치 수 기준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보급을 자랑한다. 2025년 기준, 총 13,700기의 충전기가 도 전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이 중 공공 급속충전기는 약 3,100기, 나머지는 완속충전기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 수치만 본다면, 충전기 수는 전기차 수 대비 약 1:3 수준으로, 국제 기준(1기당 5대 이하 충전 가능)의 권장치를 초과한 양호한 수치다. 설치 위치도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충전기는 도청과 시청 주차장, 공영주차장, 관광지 및 해안도로, 편의점, 마트, 숙박업소, 그리고 민간 아파트 단지나 빌라형 주택에도 설치되었다. 이러한 분산형 설치 전략은 전기차 사용자의 이동 동선을 고려한 수요 기반 배치의 초기 설계가 잘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외형적인 수치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도 내부에서는 여전히 명백한 공간 불균형과 실효성 문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귀포시 동부권을 들 수 있다. 이 지역은 농촌형 주거 지역이 많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지만, 충전소는 대부분 관광객이 자주 찾는 중문, 성산, 표선 해안도로변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도민은 충전하기 위해 10km 이상 떨어진 충전소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또한 관광지 중심 충전소의 과밀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에는 함덕, 협재, 중문 관광지 내 급속충전기 앞에서 30~60분씩 대기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하다. 도민은 장거리 출퇴근 중 충전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관광객 대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일부 민간 충전소는 고장률이 높고, 운영 관리가 미흡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실사용이 거의 불가능한 유령 충전소로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충전소는 지도에는 표기되지만 실제 이용자는 사용할 수 없어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제주도의 전기차 정책이 양적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품질과 운영 효율성 면에서는 아직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기차 충전소 관련 정책 추진의 강점과 복합적 과제

제주도의 전기차 충전소 정책은 대한민국 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조직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 왔다. 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 자율성, 전기차 중심 에너지 전략의 명확한 비전, 그리고 도정 수반의 장기적인 관심과 정책 연속성 덕분이다. 도는 자체적으로 전기차 종합계획 5개년 로드맵을 수립했고, 2022년에는 충전 인프라 2.0 전략을 발표하며 기존의 양적 보급 중심에서 운영·관리 효율성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천명했다.

하지만 강점 못지않게 현실적인 한계와 복합적인 과제도 병존하고 있다. 우선, 충전소 설치는 쉬워도 유지관리는 어렵다. 설치비용은 국비·도비로 지원되지만, 운영비, 고장 수리비, 앱 운영비, 관리자 인건비 등은 민간 사업자나 기관이 부담한다. 이 구조는 운영 지속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실제 충전소 유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또한, 충전소 고장 시 대응 시스템이 통합되어 있지 않다. 공공 충전소는 도청 산하 부서에서, 민간 충전소는 각기 다른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이로 인해 고장 신고→수리→재가동까지 며칠씩 걸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실시간 고장 여부를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시스템도 불완전하다.

세 번째로, 도민과 관광객 간 충전소 이용 갈등이 커지고 있다. 관광객 차량은 단기 렌트 위주이기 때문에 급속 충전소 이용이 많고,
도민은 일상적으로 완속 충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 충전소는 모두 동일하게 운영되기 때문에, 충전소 위치나 대기 구조가 일상과 여행 수요를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책에 대한 도민의 체감도와 수용성이 낮아지고 있다. 일부 주민은 “왜 우리 마을에 관광객 전용 충전소가 들어와야 하느냐”, “주차공간을 없애고 충전기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시한다. 이는 충분한 사전 소통 없이 진행된 정책 집행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 충전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정책 전환 전략 제안

제주도는 이제 전기차 보급률, 충전소 설치 수 등 양적 성과 중심의 1단계 정책을 지나 시민 체감 중심의 지속 가능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생활 밀착형 분산형 충전소 전략 도입

관광지, 대형 공공기관 중심에서 벗어나 편의점, 주민센터, 마을버스 정류장 등 생활 기반에 밀접한 공간에 소형 완속 충전기 확대가 필요하다.

(2) 충전소 통합 운영 플랫폼 구축

민간과 공공 충전소의 고장 상태, 혼잡도, 대기 시간, 사용률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3) 도민 우선 충전 시스템 설계

도민 등록 차량에 한해 ‘야간 우선 예약’, ‘장기 대기 방지 알람’, ‘충전 시간 제한 기능’ 등 도민 보호 중심의 운영 우선권 도입이 필요하다.

(4) 민간 운영 지속성 강화를 위한 보조금 체계 개편

설치 보조금에서 벗어나, 운영 성과 기반 인센티브 지급 구조로 전환하여 ‘고장률 최소화’, ‘평균 이용률’, ‘사용자 만족도’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화해야 한다.

(5) 태양광·풍력 연계형 자가발전 충전소 확대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를 에너지 자립형으로 설계하면 운영비 부담도 줄이고 친환경성도 높일 수 있다. 

 

 

결론 요약

전기차 충전소 정책에서 제주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선도 지자체다. 그러나 양적 확대의 다음 단계는 운영의 질, 시민 수용성, 시스템 통합, 장기적 지속성 확보다. 앞으로는 ‘충전기가 있는 도시’가 아니라 ‘충전이 잘 되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도는 탄소중립 모빌리티 정책의 성공 모델이자, 전국 지자체가 따라야 할 미래 교통 인프라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