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 설치의 핵심 문제는 노후 아파트에서 시작된다
2025년, 대한민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흐름에 맞춰 각 지자체들은 충전 인프라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광역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전시는 ‘스마트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전기차 인프라 확충과 충전소 확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등록 전기차 수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약 6만 4천 대를 넘어섰다. 이는 2020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대전 시민의 전기차 수요가 이미 주류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전기차 이용이 대중화되는 속도에 비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는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전시 내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한 대덕구, 중구, 동구 지역은 충전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준공된 공동주택 단지로, 지하 주차장이 없거나, 전력 인프라가 낙후돼 있으며, 입주민 동의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지체되거나 포기되는 사례가 많다. 즉, 전기차 충전소를 많이 설치하더라도 실제로 충전이 가능한지, 사용자가 접근 가능한지, 설치의 사회적 수용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 글에서는 대전광역시의 전기차 충전소 정책 중 노후 아파트 단지에 집중된 설치 불균형 문제를 중심으로,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 현황, 숫자는 늘었지만 지역 불균형은 심각하다
대전시는 2025년 기준, 공공과 민간을 포함해 총 5,100기 이상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급속 충전기는 약 1,600기, 완속 충전기는 약 3,500기이며, 설치 장소는 공공기관, 대형마트, 공영주차장, 아파트 단지 등으로 다양하다. 표면적으로는 수치 증가가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뚜렷해진다. 충전소는 대부분 유성구와 서구, 즉 신축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노후 아파트 비중이 높은 중구, 대덕구, 동구는 여전히 충전소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 지역별 비교:
지역 | 충전기 수 | 전기차 등록 대수 | 1인당 전기차 수 |
유성구 | 1,520기 | 14,200대 | 1:9.3 |
서구 | 1,210기 | 13,500대 | 1:11.1 |
중구 | 580기 | 9,800대 | 1:16.8 |
대덕구 | 410기 | 8,200대 | 1:20 |
동구 | 390기 | 7,300대 | 1:18.7 |
특히 문제는 공동주택 내 충전기 설치율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2025년 기준 신축 아파트(2015년 이후 준공)의 충전기 설치율은 약 65%에 달하지만, 노후 아파트(1995년 이전 준공)는 설치율이 10% 미만이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한 예산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 건축 구조상 충전기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렵고,
▶ 입주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며,
▶ 전력 설비 증설을 위한 배선 공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결국 ‘전기차를 탈 수는 있어도 충전은 할 수 없는 환경’이 도시 곳곳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전기차 충전소 미설치로 인한 주민 불편과 현실적 민원 사례
노후 아파트에 거주하는 전기차 이용자들은 매일 충전소를 찾아 외부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이로 인한 시간 손실, 충전 대기, 고장 경험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전기차 회의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 실제 민원 사례 1
“대덕구 B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단지 내 충전소가 없어 매일 1km 떨어진 구청 주차장까지 가야 해요. 밤 11시쯤 가면 대기 차량이 4~5대씩 있습니다. 충전 한 번 하려면 1시간 이상 걸립니다.”
📌 실제 민원 사례 2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충전기 설치에 반대합니다. 전기차는 일부 주민만 타는데 왜 공용 공간을 희생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 실제 민원 사례 3
“앱도 복잡하고, 예약도 어려워요. 충전하려고 3번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이럴 거면 내연기관 차가 낫습니다.”
이 외에도 전기차 충전기 관련 민원은 대전시청 민원 포털 기준으로 2024년 한 해에만 680건 이상 접수되었으며, 이 중
- 고장 및 관리 미흡 34%,
- 충전 위치 접근성 문제 28%,
- 입주자 갈등 관련 민원 22%,
- 전력 인프라 미비 관련 민원 9%를 차지했다.
이러한 사례는 충전 인프라 확대가 기술과 예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며, 생활 기반의 사회적 수용성과 주민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가로막는 제도적·구조적 한계
노후 아파트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주민 반대 때문이 아니다.
구체적인 제도적, 구조적 제약이 뿌리 깊게 존재한다.
(1) 전력 설비 제약
오래된 아파트는 기본적인 전기 수용량이 적다.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력 증설이 필요하지만, 이 과정은 한전과의 협의를 통해 배전반을 교체하거나 전선 배치를 새로 해야 한다. 이 공사는 1,000만 원 이상이 소요되며, 한전과의 협의만 수개월이 걸린다.
(2) 주민 동의율 요건
현행 공동주택관리 법상, 공용 공간에 충전기를 설치하려면 입주민 과반수 이상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노년층 비율이 높은 단지에서는 전기차 소유자 비율이 낮아, 설치 제안이 나와도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
(3) 공사 공간과 안전성 문제
지상 주차장 위주로 설계된 단지는 배선공사 시 케이블이 노출되거나, 충전기 위치가 통로와 겹쳐 차량 동선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안전 문제가 우려돼 설치 자체가 불허되거나 지연된다.
(4) 시-한전-민간 간 협업 부재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는 지자체, 한전, 민간 충전사업자가 각각 다른 역할을 맡지만, 이들의 협업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아 책임 전가나 공사 지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제도 자체가 ‘설치 가능한 단지’만을 대상으로 짜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애초에 충전 인프라가 꼭 필요한 ‘설치 어려운 단지’는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위한 맞춤형 정책과 개선 방안
대전시가 실질적인 충전 인프라 보급을 실현하고, 노후 아파트 지역의 충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1) 이동형 충전 서비스 도입 확대
물리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단지를 대상으로 이동형 완속 충전기 또는 예약형 충전 차량 서비스를 도입해 주기적 충전 접근성 확보 필요
(2) 주민 동의 요건 완화 또는 대체 절차 마련
환경부 및 국토부와 협력하여, 일정 조건(소유 차량 수 등)을 만족할 경우 동의 없이 설치 가능한 예외 조항 도입 필요
(3) 스마트 충전 플랫폼 일원화
고장·대기·사용 가능 여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충전 앱 서비스 도입으로 사용자 접근성 강화
(4) 수요 기반 충전소 설치 우선순위 조정
충전 수요가 많은 단지를 우선 설치 대상으로 지정하고, 단지별 전기차 등록 대수, 인구 밀도, 고령층 비율을 고려해 정책적 개입 우선순위를 과학적으로 설정
(5) 공공-민간-한전 통합 컨소시엄 구축
충전기 설치 시
시청 → 민원 조율
민간 → 시공 및 유지
한전 → 전력 증설
이 과정이 통합적으로 진행되도록 제도적 협업 구조 마련
결론 요약
전기차 충전소 확대는 더 이상 단순한 수치 싸움이 아니다. ‘얼마나 설치했는가’보다 ‘누가 충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시대다.
대전광역시는 충전기 총량 확대에는 성과를 냈지만, 노후 아파트 지역의 충전 소외 문제는 여전히 정책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앞으로 대전시는
- 수용성 중심 정책,
- 이동형 충전 서비스 확대,
- 협업 기반 설비 지원 체계,
- 데이터 기반 우선순위 설계 등 실질적 이용 중심의 충전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도시의 ‘미래 교통 인프라’이자 시민이 ‘오늘 아침 출근을 시작할 수 있는 기본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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